선생님, 제 신뢰지출에 대한 기대신뢰이익을 보장해주십시오.
시험이 기대이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신뢰이익을 보장해 줄거라 믿었기에 법경제학 시험공부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쓴 것은 어쩌면 예측을 잘 못하여 과다 지출한 제 잘못일 것입니다. 하지만 시험에 관한 정보는 생산적 정보일 순 없다고 봅니다. 아무리 학생들이 공부해도 그 내용을 알아낼 수는 없으므로 취득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 수 없는 분배적 정보이고, 따라서 선생님께선 고지의무를 지시니 적정수준까지 예측할 수 있는 난이도로, 예측가능한 문제들을 내 주시는 것이 이 수업 전체 구성원들의 효용을 증가시키는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나눠주신 작년 기출고사는 오픈 북이었고 풀이자료를 얻을 수 없었으며, 영문자료로 나눠주신 것은 필기만 열심히 보아도 무리 없는 수준이었기에, 저는 학생으로서 필기와 선생님 교재를 여러번 보는 선에서, 적정하게 보이는 신뢰지출을 하였습니다. 이때 저를 포함하는 학생들에게는 과다지출로 보이는 박세일 선생님의 책과 김일중 선생님의 논문까지는 전부 읽지 않았으되 필요한 부분을 참고하고 수업시간에 도움이 될 일부분은 암기하였습니다.물론 수업시간도 매 순간 열심히 필기했고 교재도 2-3번 보았으며 현재 시험을 보고나서 과다지출하였다 구박하신다 해도 과다지출 적정지출인지는 사전적인 관점에서 파악해야 하니 시험 문제를 모르는 상태의 학생으로서는 적정한 수준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 이상의 주의비용을 투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선생님께서는 각 계약 당사자 간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미숙함을 교정해줘야하는 법원처럼, 높은 학습력과 응용력을 가진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섞여서 수강하는 학교의 수업에서, 어느 정도 미숙한 학습자들까지도 수업에 참여하여 적당한 학점을 취득해갈 수 있도록 고려해주셔야 하는 위치에 계십니다. 특히나 학습능력은 개개인이 두각을 나타나는 면이 저마다 다른, 전체적인 비교평가하기 힘든 영역이기에 저와 같이 우직하되 응용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란 법경제학과 같은 과목에서 배운대로 나오지 않으면 불이익을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계약과 불법행위 영역과 달라서, 저는 비록 합리적인 학생으로서 최대란 제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습득하려고 하였고 제가 처해있는 위험마저 잘 인식하고 있었으나 시험 문제인 한에서는 risk pooling-보험을 들수도 덜 위험 기피적인 사람과 거래를 할 수도 없는 노릇아닙니까.특히나 선생님께서 시험 문제를 내시는 독점적 생산자이셔서 정보가 심하게 비대칭적인 상태로, 선생님께서 학교에 오신 뒤에 내신 시험 문제도 한 두어개 밖에 없으셨고 전 학교에 계실 때의 문제도 구할 수 없어 난이도에 대한 충분한 예측과 대비가 힘든 상태였습니다. 공부의 특수성상 과다지출하여 남는 효용이 전혀 없진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제 개인적 지식의 많아짐은 학점에 고려되지 않는 주관적인 가치에 불과합니다. 또한 저와 같이 학점에 대한 기대가 일찌감치 접힌 학생들은 법경제학에 대한 신뢰지출을 더욱 더 줄이려고 할텐데, 그것은 대량 드롭사태와 수업시간의 집중력, 출석률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학점 부여의 강제이행은 선생님 측에서는 거래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위와 같은 점까지 생각해보시건데 학교 수업의 전체 효율성과 경제학에서 고려되기 어려운, 그러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변수인 공평성의 관점에서도 저와 같은 무지한 학생들을 가련타 여기시고, 돌봐주십사 부탁드리는 바입니다...